대수롭지 않은 밤



1.
 _ 일이 끝나고, 마을버스를 타고 망원역에서 내렸다. 
집에 그냥 가기 아쉬워 내리자마자 필요한게 무언지 생각하면서 앞에 있는 마트에 들어갔다.

'흠..집에 우유가 떨어졌고, 아 식빵. 식빵 사야지.'

 우유는 늘 그랬던 것처럼 유통기한이 제일 긴 녀석으로 고른다.(이 녀석들은 대체로 안쪽에 숨어있다.) 우유를 먼저 고르고 식빵을 사기위해 빵이 있는 코너로 향한다. 빵 코너에는 식빵이 없었다. 아니, 정확하게 말하자면 분명 있었지만 공장에서 찍어낸 빵이라 그냥 없는거라 생각한다. 빵이 먹고싶기는 했지만 푸석푸석한 식빵을 먹을만큼 절실하진 않았다. 그걸 먹는 내 자신이 보고싶지도 않았고.

우유 하나론 뭔가 아쉬워 또 마트 안을 두어번 정도 돌았다.
역시나

살게 없다.

어떤 요리 재료를 사자니, 혼자살기 때문에 만들어 먹기도 애매하고.
군것질거리를 사자니, 군것질을 즐겨하지도 아니하고,
그렇게 마트를 네 번 정도 더 돌고나서야 끝내 고른건 감귤주스.

여름에는 냉장고에 항상 감귤주스를 채워놓곤 했는데,
겨울이 되고나니 그다지 찾지 않게 되더라.

계절탓은 아닌 것 같은데 무엇이 달라졌기 때문일까.

약 3초 간 머뭇거렸다.

그리 중요한 문제도 아니거니와
이런 문제로 생각하기도 귀찮은 밤이기에 계산대에 산 물건들을 올려놓고는 결제를 기다린다.

'삑-, 삑-'

그리고 결제.

옆 계산대에선 '삑-삑-' 소리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.
난 간결했다. 두 번으로 끝이다.

'봉투 드릴까요?'
일회용 봉투는 싫어하기에 그냥 내 가방에 넣어간다고 말한다.
가방이 금새 제 모양이 흐트려져 볼 품이 없어졌다.

'하지만 뭐 어때'
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집으로 향한다.

간밤에 눈이 내려 길이 매끄럽다.
조심조심 걸으면서 생각한다.

'뭐 어때'

옥탑방에 올라가는 계단이 매끄럽다.
양 쪽 난간을 잡고 올라가며 생각한다.

'뭐 어때'

난 집에 무사히 도착했고,
오늘은 대수롭지 않은 밤이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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